키크론 Orca Echo 예약기 — 트랙볼을 품은 분할 키보드는 손의 이동을 줄여줄까

키크론 Orca Echo(오르카 에코)는 좌우가 나뉜 분할 키보드(스플릿 키보드) 입니다. 49키에 트랙볼과 휠, 스크롤패드를 함께 넣은 제품입니다. 저는 키크론 코리아 1차 예약에서 닌자 스위치와 패키지 조합을 직접 구매했습니다. 코르닉스 LP를 사용하면서도 아쉬웠던 마우스로 손을 옮기는 불편을 줄일 수 있을지 궁금했기 때문입니다.

직접 구매했으며 협찬이나 제품 제공은 받지 않았습니다. 또한 아직 실물을 받지 않아 이 글은 사용기가 아닙니다. 키크론 코리아 판매 페이지와 최근 공개된 개발자의 영상, 일본 체험회에 참석한 다이후쿠 키보드와 야마카페의 현장 영상을 바탕으로 예약 전에 확인할 사양과 남은 변수를 정리했습니다.

트랙볼과 휠, 좌우 스크롤패드를 갖춘 검은색 키크론 Orca Echo
:: 트랙볼과 휠, 스크롤패드를 좌우 유닛에 나눠 담은 키크론 Orca Echo. 이미지 출처: CoSTORY Orca Echo 크라우드 펀딩 페이지

오른손에는 트랙볼, 왼손에는 휠

Orca Echo의 오른쪽 유닛에는 엄지로 굴리는 19mm 트랙볼이 있습니다. 왼쪽 엄지 자리에는 휠이 있고, 좌우 유닛 위쪽에는 손가락을 위아래로 쓸어 화면을 스크롤하는 세로형 터치 패드가 하나씩 있습니다. 오른손 트랙볼로 커서를 움직이고, 왼손 휠과 위쪽 터치 패드로 화면을 스크롤하는 구성입니다.

키크론 Orca Echo 왼쪽 유닛의 휠과 오른쪽 유닛의 트랙볼 확대
:: 왼손 엄지 자리의 휠과 오른손 엄지 자리의 19mm 트랙볼. 이미지 출처: CoSTORY Orca Echo 크라우드 펀딩 페이지

天キー 현장 대담에서 개발자 나카하시는 텐팅을 하면 엄지가 조금 뜬다는 가정 아래, 타이핑을 방해하지 않는 한계 크기로 19mm를 정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직접 타건한 아라이는 자신의 엄지에는 볼이 닿았다고 지적했습니다. 야마카페도 엄지가 닿았지만 짧은 체험에서는 예상만큼 거슬리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결국 손 크기와 타건 자세에 따라 판단이 갈리는 부분입니다.

개발 영상에서는 휠과 스크롤패드에 음량 조절 기능을 넣어 시연했습니다. 키크론은 런처에서 49개 키뿐 아니라 트랙볼과 휠, 패드의 동작도 바꿀 수 있다고 안내합니다. 다만 영상 촬영 당시에는 펌웨어와 키 매핑 도구를 개발 중이라 실제 설정 화면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모니터 앞에 좌우로 벌려 놓은 검은색 키크론 Orca Echo
:: 마우스 대신 트랙볼을 키보드 안에 둔 Orca Echo의 책상 배치 예시. 이미지 출처: CoSTORY Orca Echo 크라우드 펀딩 페이지

이 구성이 눈에 들어온 이유는 코르닉스 LP를 6개월 썼을 때 남았던 불편 때문입니다. 좌우 키보드를 벌리고 텐팅 각도를 맞춰 쓰면 어깨에 무리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마우스를 쓰려고 손을 뗐다가 돌아오면 손목과 팔을 그 각도에 맞춰 다시 놓아야 해서 번거로웠습니다. Orca Echo는 이 왕복을 줄이려고 트랙볼과 휠, 스크롤패드를 키보드에 넣었습니다.

키크론과 기즈모도 재팬은 앞서 Nape Pro를 함께 만들었습니다. Nape Pro가 기존 키보드 앞에 놓고 쓰는 별도 트랙볼 기기였다면, Orca Echo는 포인팅 장치를 분할 키보드 안에 넣었습니다.

48키를 써본 뒤 발견한 49번째 키, B(ㅠ)

Orca Echo의 키는 총 49키로 키 배열은 손가락 길이에 맞춰 세로 열을 어긋나게 놓은 컬럼 스태거드 방식입니다. Ctrl, Shift, Tab 같은 수정자 키와 일부 기호는 물리 키로 남겼지만 숫자열은 없습니다. 나머지 숫자와 기호는 Fn 레이어를 거쳐 입력해야 합니다.

49라는 숫자는 제가 쓰고 있는 코르닉스 LP보다 하나 많습니다. 숫자열이 없는 비슷한 배열이지만 B키 배치는 분명히 다릅니다. 공식 제품 이미지와 체험회 영상에서는 B키가 왼쪽과 오른쪽에 하나씩 보입니다. 일반 자판에서 B를 어느 손으로 누르든 선택할 수 있었던 습관을 분할 키보드에서도 이어갈 수 있는 배열입니다.

좌우 B키와 숫자 레이어 각인이 보이는 검은색 키크론 Orca Echo 49키 배열
:: 왼쪽과 오른쪽에 하나씩 놓인 B키와 숫자·기호 레이어가 표시된 49키 배열. 이미지 출처: CoSTORY Orca Echo 크라우드 펀딩 페이지

저는 B와 같은 자리에 있는 한글 모음 ㅠ를 오른손으로 칩니다. 왼쪽에만 B키가 있던 코르닉스 LP를 쓸 때는 이 습관을 고쳐야 했지만, Orca Echo에서는 오른쪽 B키로 ㅠ를 입력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지난 코르닉스 LP 사용기에서 말한 B(ㅠ)의 딜레마만큼은 Orca Echo가 해결해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49키 배열에서 B키를 양쪽에 둔 점은 단순히 키 개수가 하나 늘어난 것보다 제게 더 큰 차이입니다. 필요하다면 다른 키로 추가 배치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적응 부담이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코르닉스 LP의 새 배열이 편해지기까지 약 한 달이 걸렸고, 레이어와 매크로라는 개념 자체가 낯설었습니다. 숫자열이 없는 키보드를 쓴 사람들의 후기를 보면 글자보다 숫자·기호에 익숙해지는 데 더 오래 걸렸다는 사례가 반복해서 나옵니다. Orca Echo도 숫자열이 없으므로 레이어를 익혀야 합니다.

키크론은 처음 쓰는 사람도 어렵지 않도록 49키 구성을 정했다고 설명합니다. 하지만 키 수만으로 적응이 쉽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숫자와 기호, 단축키를 자주 쓴다면 키 개수보다 기본 키맵과 레이어 구성을 먼저 봐야 합니다. 그 기본 키맵조차 개발 영상에서는 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두 단계로 각도를 잡는 텐팅 다리

분할 키보드는 좌우 유닛의 안쪽을 들어 올리는 텐팅으로 손목 각도를 바꿀 수 있습니다. 코르닉스 LP는 6·12·18·24도 네 단계 중에서 고를 수 있었지만, 다리의 고정력이 약해 사용하다가 가끔 각도가 풀렸습니다. Orca Echo에는 2단 텐팅 스탠드가 들어가며, 정확한 각도는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키크론 Orca Echo 텐팅 스탠드를 낮게 편 모습과 높게 편 모습 비교
:: 내장 스탠드로 안쪽 높이를 두 단계로 조절하는 텐팅 구조. 정확한 각도는 공개되지 않았다. 이미지 출처: CoSTORY Orca Echo 크라우드 펀딩 페이지

개발 영상에서는 초기 시제품의 다리가 부러진 뒤 알루미늄 다리와 금속 받침으로 바꿨다고 설명합니다. 공동 개발자인 기즈모도 재팬은 이 다리 부품이 20kg 내하중 시험을 통과했다고 밝혔습니다.

20kg이라는 수치는 개발 당사자가 영상에서 밝힌 값이며 시험 규격과 조건은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내하중과 사용 중 각도가 흔들리지 않는 고정력은 서로 다른 문제입니다. Orca Echo를 받으면 타건 중에도 텐팅 각도가 그대로 유지되는지부터 보려고 합니다.

트랙볼로 해결하지 못하는 것

트랙볼이 들어가도 49키 배열에는 새로 적응해야 합니다. B키를 양쪽에 둬 손을 바꿔야 했던 문제 하나는 줄었지만, 앞서 말한 레이어 적응과 단축키를 새 위치에 맞추는 일은 그대로 남습니다.

충전도 좌우 유닛을 각각 챙겨야 합니다. 배터리는 한쪽당 650mAh로 코르닉스 LP와 용량까지 같습니다. 공식 페이지에는 연속 사용 시간이 적혀 있지 않아, 한 번 충전해 며칠을 쓸 수 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결국 이 제품이 맞는지는 ‘분할 키보드가 편한가’보다 ‘내가 자주 쓰는 입력을 49키와 세 가지 포인팅 장치에 어떻게 배치해 쓸 것인가’에 달려 있습니다.

좌우 유닛을 포개는 자석

Orca Echo는 사용하지 않을 때 좌우 유닛의 뒷면을 맞대 자석으로 붙일 수 있습니다. 타건할 때 두 유닛을 나란히 고정하는 장치가 아니라, 휴대할 때 두 조각을 하나처럼 포개기 위한 구조입니다. 키크론 코리아 판매 페이지에도 명시된 기능입니다.

체험회 영상에서도 좌우 유닛이 실제로 붙는 모습이 확인됩니다. 개발 영상에서는 붙인 제품을 뒤집어 흔들면 떨어져 자력을 더 강하게 조율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양산품에서 자력이 얼마나 달라졌는지는 제품을 받으면 살펴보려 합니다.

뒷면의 자석으로 좌우 유닛을 포갠 흰색 키크론 Orca Echo
:: 휴대할 때 좌우 유닛의 뒷면을 맞대 포개는 마그네틱 구조. 이미지 출처: CoSTORY Orca Echo 크라우드 펀딩 페이지

키크론 Orca Echo 한국 예약 조건

일본에서는 기즈모도 재팬의 GIZMART가 CoSTORY에서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Nape Pro를 살펴볼 때 확인했던 것과 같은 플랫폼입니다. 이번 프로젝트의 배송 지역도 일본 내 권역만 안내돼 있어 한국으로 직접 받을 수 있는 경로는 아닙니다.

발송 시점에도 일본 펀딩을 선택할 이유는 찾지 못했습니다. 일본 리워드는 11월 하순 배송 예정이고, 키크론 코리아는 일본 모델과 같은 일정으로 생산해 11월 중순에서 말 사이 발송할 예정이라고 안내합니다. 마침 한국에서도 예약 판매가 진행되고 있었기 때문에 별도의 배송 대행이 필요 없고 국내 A/S 창구를 이용할 수 있는 키크론 코리아에서 예약했습니다. 두 일정 모두 예상치이므로 실제 도착 순서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한국 판매분은 한글 각인 없이 나옵니다. 49키에 여러 문자를 겹쳐 배치하다 보니 일부 키캡에는 한글·영문·숫자·기호를 세 개 이상 함께 새겨야 해서 한글 각인을 넣지 않았다는 것이 키크론 코리아의 설명입니다. 49키 구성은 레이어뿐 아니라 키캡 각인에도 영향을 줬습니다.

저는 키캡이 단정해 보여 한글 각인이 없는 키보드를 선호합니다. 지금 쓰는 로프리 플로우2도 영문 각인 모델이라 Orca Echo의 각인 구성은 오히려 제 취향에 가깝습니다. 다만 한글 자모의 위치를 보면서 입력한다면 스위치 종류나 색상보다 먼저 확인해야 할 조건입니다.

제가 고른 스위치는 리니어 방식의 Ninja입니다. 다른 선택지인 Samurai는 눌리는 지점에서 걸림이 느껴지는 택타일 방식입니다. 조용한 쪽을 원해 Ninja를 골랐고, 영상의 타건음 시연에서도 리니어가 조금 더 조용하게 들렸습니다. 영상 녹음은 마이크와 촬영 환경에 따라 다르게 들릴 수 있습니다. 영상 화자도 두 스위치가 모두 조용하다고만 설명했습니다. 실제 책상에서의 소음은 수령 뒤 확인하려 합니다.

키크론 코리아 예약 페이지에 따르면 2026년 9월 3일 확인 기준으로 1차 예약은 끝났습니다. 2차는 9월 23일까지이며, 이후 3차 예약은 입고 전까지 이어집니다.

패키지는 본체에 전용 파우치를 더한 구성입니다. 변경된 발송 일정을 원하지 않으면 발송 전까지 취소할 수 있다고 안내합니다. 예약 조건과 일정은 결제 전에 판매 페이지에서 다시 확인해야 합니다.

‘거의 최종 버전’의 출시 전까지 달라질 수 있는 것

최근 개발 영상에 나온 기기는 공동 개발 당사자가 ‘거의 최종 버전’이라고 부른 샘플입니다. 앞서 말한 자석의 자력과 기본 키맵은 아직 다듬는 중이고, 내부 나사 색상도 바꿀 예정이라고 합니다.

키크론 런처에서는 키와 트랙볼, 휠, 스크롤패드의 기능을 바꿉니다. 공식 판매 페이지는 지원 기능을 소개하지만, 개발 영상에서는 런처를 아직 만들고 있어 보여주지 못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출시 때 기본 키맵과 설정 기능이 어디까지 준비될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개발 중인 항목과 별개로, 수치가 공개되지 않은 항목도 있습니다. 현장 관계자는 체험용 샘플의 무게를 좌우 합계 약 420g이라고 답하면서 양산품에서는 달라질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한국 공식 사양에는 아직 무게가 없고 배터리 사용 시간도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Nova Socket을 이용한 일반 프로파일 샘플도 전시됐지만, 전환용 플레이트의 출시 시기는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교체용 트랙볼의 국내 판매는 검토 중입니다.

좌우 유닛을 따로 세워 놓은 흰색 키크론 Orca Echo
:: 컬럼 스태거드 배열과 좌우 입력부를 보여주는 흰색 Orca Echo. 이미지 출처: CoSTORY Orca Echo 크라우드 펀딩 페이지

11월, 직접 확인할 다섯 가지

제가 예약한 시점의 Orca Echo는 아직 개발 막바지였습니다. 마우스로 손을 옮기는 일을 줄이려고 트랙볼과 휠, 패드를 넣었지만, 49키를 익히는 부담과 좌우 충전은 그대로 남았습니다.

제품을 받으면 아래 다섯 가지부터 확인할 생각입니다.

  • 19mm 트랙볼이 키보드와 마우스를 오가는 횟수를 줄이는지
  • 키크론 런처에서 49키와 세 가지 포인팅 장치를 원하는 대로 배치할 수 있는지
  • 뒷면을 맞대 붙였을 때 자력이 이동 중 흔들림을 어느 정도 버티는지
  • 2단 텐팅 다리가 타건 중에도 정한 각도를 유지하는지
  • 좌우 650mAh 배터리를 실제로 얼마나 자주 충전해야 하는지

아직 써보지 않은 제품을 두고 좋고 나쁨을 말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제가 예약할 때는 정해지지 않은 사양과 판매 조건이 남아 있었습니다. 이 글은 그런 부분을 알고도 먼저 주문한 이유와, 제품을 받은 뒤 확인할 내용을 적어둔 기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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