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르닉스 LP 키보드 6개월 사용기 — 내 메인 키보드는 되지 않았다

코르닉스 LP(Cornix LP)라는 분할 키보드를 6개월 썼습니다. 한 달쯤 지나자 배열에는 적응했고, 자세도 일반 키보드보다 편했습니다. 그런데 지금도 이 키보드는 제 메인이 아닙니다. 적응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제가 오래 하는 작업과 맞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 직접 구매해서 사용한 제품이며, 제조사나 판매처와 아무 관계가 없습니다.

사양은 사용 경험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만큼만 다룹니다. 이 글의 중심은 코르닉스 LP가 얼마나 좋은 키보드인지보다, 한 달간 적응한 뒤에도 왜 제 메인 키보드가 되지 못했는지에 있습니다.

시작은 순전히 호기심이었다

손목이 아프거나 어깨가 결려서 산 것은 아닙니다. 분할형 키보드라는 물건을 알게 됐고, 일본에서 인기가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궁금해서 시도했습니다.

구매 동기가 문제 해결보다 호기심에 가까웠다는 점은 중요합니다. 기존 키보드에 뚜렷한 불만이 없었으니, 코르닉스 LP가 메인이 되려면 단지 새롭고 편한 정도를 넘어 기존 도구보다 제 작업에 더 잘 맞아야 했습니다.

코르닉스 LP, 무엇이 다른가

코르닉스 LP는 중국 키보드 브랜드 JezailFunder의 로우프로파일 좌우 분리형 키보드입니다. 오픈소스 분할 키보드인 Corne(코르네) 배열을 바탕으로 키와 텐팅 구조를 더한 완제품입니다.

항목사양
배열40% 컬럼 스태거드, 좌우 분리
48키 + 프로그래머블 노브 2개
스위치Kailh Choc V2 Spring
연결유선 USB-C, 블루투스 최대 3대
텐팅6° / 12° / 18° / 24° 4단계
키맵웹 Vial로 수정
케이스6063 알루미늄 CNC, 아노다이즈

겉으로는 오소리니어 배열과 비슷해 보이지만, 정확히는 손가락 길이에 따라 각 열의 높이를 달리한 컬럼 스태거드 배열입니다. 적응 과정을 이해하려면 이 차이부터 봐야 합니다.

일반 키보드는 가로 행이 조금씩 옆으로 어긋나 있습니다. Q 아래에 A가 정확히 놓이지 않고 살짝 밀려 있어 손도 그 배열을 따라 사선으로 움직입니다. 반면 코르닉스 LP는 키가 세로 열을 따라 놓이고, 각 열이 손가락 길이에 맞춰 위아래로 어긋납니다. 손가락을 사선이 아니라 위아래로 움직이게 만드는 배열입니다.

설명만 읽으면 작은 차이처럼 보이지만, 제 경우에는 기존 타건 습관과 자주 어긋났습니다.

코르닉스 LP 분할 키보드 본체와 USB 케이블, 여분 키캡 구성
:: 구성은 좌우 키보드 본체와 USB-C 케이블, 여분 키캡과 스위치, 스위치 풀러로 이뤄져 있다.

분할 키보드 적응, 한 달이 걸렸다

제게 가장 어려웠던 것은 키 수보다 배열이었습니다. 머리로는 손가락을 위아래로 움직여야 한다는 걸 알아도, 의식하지 않는 순간에는 손이 원래 습관대로 사선으로 향했습니다.

숫자열이 없다는 점도 곧 걸렸습니다. 코르닉스 LP는 48키라 40% 배열 중에서는 키가 비교적 많은 편이지만, 숫자와 여러 기호는 물리 키로 존재하지 않습니다. 레이어 키를 눌러 다른 층으로 이동해야 합니다. 웹 Vial에서 키맵을 바꿀 수 있지만, 레이어와 매크로가 낯설었던 제게는 키보드를 쓰기 전에 먼저 입력 방식을 설계해야 한다는 뜻이었습니다.

기본적인 글자 입력과 숫자·기호·단축키의 적응 속도도 같지 않았습니다. 손가락이 새 배열을 따라가기 시작한 뒤에도 레이어를 거치는 입력은 더 오래 의식해야 했습니다. 전체적으로 편해졌다고 느끼기까지 약 한 달이 걸렸습니다.

다른 사용자들의 기록도 편차가 컸습니다. 코르닉스 LP에 며칠 만에 손가락이 익었다는 사용자가 있는가 하면 숫자와 기호는 한 달 뒤에도 어렵다는 기록이 있었고, Corne V4를 한 달간 연습하고도 업무에는 투입하지 못했다는 사례도 있었습니다. 한 달이 특별히 길다고 보기는 어려웠지만, 누구나 1~2주면 끝난다고 말할 수도 없었습니다.

세로 열마다 키 위치가 다른 코르닉스 LP 오른쪽 유닛의 컬럼 스태거드 배열
:: 완전한 격자형 오소리니어가 아니라, 손가락 길이에 맞춰 각 열을 위아래로 어긋나게 한 배열이다.

B와 ㅠ는 양손의 경계에 있었다

저는 B를 오른손으로 칩니다. 일반 키보드에서는 가운데에 있는 B를 어느 손으로 눌러도 문제가 없지만, 좌우가 물리적으로 떨어진 코르닉스 LP에서는 B가 왼쪽 유닛에 고정됩니다.

한글에서는 이 자리가 더 묘합니다. 두벌식 자판은 대체로 왼손에 자음, 오른손에 모음을 두지만, 모음 만 왼쪽에 놓입니다. 영문 터치 타이핑에서는 같은 자리에 있는 B도 왼손 영역입니다. 저는 한글을 칠 때 이 가운데 키를 오른손으로 처리해 왔고, 일반 키보드에서는 드러나지 않던 그 습관이 분할형에서 처음으로 문제가 됐습니다.

코르닉스 LP의 기본 배열처럼 물리적으로 한쪽에만 있는 키는 어느 손으로 누를지 선택할 수 없습니다. 이것은 익숙해지면 끝나는 배열 차이이기도 하지만, 그 전까지는 자신도 몰랐던 타건 습관을 하나씩 발견하고 고쳐야 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B키가 왼쪽 유닛 끝에 배치된 코르닉스 LP 분할 키보드
:: 일반 키보드에서는 양손이 닿던 B키도 분할형에서는 왼손 영역으로 고정된다.

자세는 편해졌고, 키감은 남았다

두 유닛을 어깨 너비에 맞춰 벌리면 양손을 몸 가운데로 모으지 않아도 됩니다. 제 경우에는 팔을 자연스럽게 둘 수 있었고, 일반 키보드를 쓸 때보다 어깨가 편했습니다. 코르닉스 LP를 계속 꺼내 쓰게 한 가장 분명한 장점입니다.

키보드 형상이 손목과 팔의 자세를 바꿀 수 있다는 점과 통증이나 질환에 효과가 있다는 주장은 구분해야 합니다. Rempel 등이 2009년 Ergonomics에 발표한 연구는 숙련 타이피스트 24명을 대상으로 여러 키보드 배치를 측정해, 낮은 키보드 높이에서 어깨 올림과 손목의 척측편위가 줄었다고 보고했습니다. 반면 2012년 Cochrane 리뷰는 인체공학 장비가 손목터널증후군 치료에 유익한지 판단할 근거가 불충분하다고 결론지었습니다. 제가 말하는 편안함은 어디까지나 6개월 동안 느낀 개인적인 체감입니다.

키감과 마감도 좋았습니다. 기본 장착된 Kailh Choc V2 Spring은 로우프로파일 스위치지만 소리와 손맛이 가볍게 흩어지기보다 도각도각 맺히는 편입니다. 6063 알루미늄을 CNC로 가공한 케이스도 단단하고 마감이 좋습니다. 작은 완제품 분할 키보드에서 기대할 만한 프리미엄감은 충분했습니다.

각도 조절용 지지대를 펼친 코르닉스 LP 키보드 바닥면
:: 바닥의 지지대를 움직여 네 단계로 텐팅할 수 있지만, 사용 중에는 고정력이 아쉽게 느껴졌다.

적응했는데도 메인이 되지 않았다

배열에 적응하고 나면 짧은 글을 입력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습니다. 지금도 한두 시간 정도의 가벼운 타이핑에는 코르닉스 LP를 씁니다. 그러나 오래 붙잡고 하는 문서 작업에서는 기존 키보드로 돌아갑니다.

글자만 이어서 칠 때는 편하지만, 숫자와 기호를 입력하거나 단축키를 쓸 때는 레이어를 거쳐야 합니다. 이런 조작에 익숙해진 뒤에도 긴 문서 작업 전체는 기존 키보드가 더 편했습니다. 배열에 적응했다는 것과, 그 배열이 하던 작업에 가장 잘 맞는다는 것은 같은 말이 아니었습니다.

마우스로 손을 옮길 때도 불편이 남았습니다. 두 유닛을 벌려 둔 상태에서 마우스를 쓴 뒤 키보드로 돌아오면 다시 타이핑 자세를 잡는 과정이 번거로웠습니다.

제품 자체에서 남은 불편도 있습니다. 좌우 유닛을 각각 충전해야 하므로 두 유닛의 배터리를 함께 신경 쓰게 됩니다. 텐팅은 도구 없이 네 단계로 바꿀 수 있어 편하지만, 고정력이 약해 맞춰둔 각도가 그대로 유지되지 않을 때가 있었습니다.

결국 제게 코르닉스 LP는 타이핑 자세를 편하게 만드는 데는 성공했지만, 긴 문서 작업의 흐름을 기존 키보드보다 단순하게 만들지는 못했습니다. 몸의 적응은 끝났지만 작업 방식의 전환까지 일어나지는 않은 셈입니다.

이 결과가 분할 키보드의 공통된 결론은 아닙니다. 집과 사무실 키보드를 코르닉스 LP로 통일한 사용자도 있고, 다른 키보드와 작업별로 나눠 쓰는 사용자도 있습니다. 반대로 분할 키보드가 없는 외부 환경에서 타이핑하기 어려워져 일반 키보드로 돌아간 사례도 있습니다. 완전한 대체와 용도별 병행, 중단이 모두 가능한 카테고리입니다.

누구에게는 메인 키보드가 될 수 있을까

코르닉스 LP가 맞을 가능성이 큰 사람은 입력량이 비교적 짧고, 키맵을 직접 설계하는 과정을 즐기며, 한 달가량의 적응 기간을 감수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양손을 몸 가운데로 모으지 않는 자세를 원한다면 얻는 것도 분명합니다.

반대로 긴 문서 작성과 편집이 주업이고, 숫자·기호·단축키를 자주 쓰거나 키보드와 마우스를 계속 오가는 사람이라면 적응한 뒤에도 기존 키보드가 더 나을 수 있습니다. 외부나 회의실처럼 자신의 분할 키보드가 없는 환경에서 자주 일하는 사람도 일반 키보드 사용 감각을 함께 유지해야 합니다.

분할 키보드를 처음 고른다면 평소 무의식적으로 쓰는 키부터 확인하는 편이 좋습니다. B를 어느 손으로 누르는지, 자주 쓰는 단축키가 무엇인지, 숫자와 기호를 얼마나 자주 입력하는지, 키맵을 직접 바꾸는 일을 즐길 수 있는지. 적응 기간보다 더 중요한 질문은 적응을 마친 뒤 그 배열이 자신의 작업을 실제로 단순하게 만드는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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