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인 홈 오피스 구상기 — 무엇부터 정해야 할까

2인 홈 오피스를 만들려면 책상 두 개를 어디에 놓을지부터 고민하기 쉽습니다. 아내와 맥 한 대를 거의 매일 저녁 서로 양보하며 쓰다가 서재를 다시 꾸리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필요한 가구나 장비를 알아보기 전에, 이 공간을 어떻게 쓰고 싶은지부터 정했습니다. 그 고민이 배치나 책상, 의자를 고르는 기준이 됐습니다.

이 글은 서재였던 공간을 정리하고, 책상 배치를 정한 뒤, 책상과 의자, 모니터 등 필요한 도구의 조건을 추린 과정까지 다룹니다. 어떤 제품을 선택했고, 어떻게 합의했는지는 다음 편에서 이어집니다. 글에 언급한 브랜드와는 이해관계가 없으며, 부부가 직접 알아본 내용을 바탕으로 썼습니다.

맥 한 대를 둘이 쓰던 방

서재를 바꾸기로 한 이유는 저녁마다 하나의 맥을 번갈아 써야 했기 때문입니다. 퇴근 후 둘 다 컴퓨터를 쓰고 싶어도, 한 사람이 앉으면 다른 사람은 기다려야 했습니다. 이런 날이 반복되면서 맥을 한 대 더 두고 서재도 다시 꾸리기로 했습니다.

문제는 하나 더 있었습니다. 아이를 키우면서 장난감과 그림책, 육아용품이 서재로 들어왔고 책상 옆까지 쌓였습니다. 컴퓨터가 부족한 문제와 서재가 창고처럼 변한 문제를 함께 풀어야 했습니다.

하는 일은 글쓰기와 기록, 개발이 대부분입니다. 영상 편집처럼 무거운 작업은 하지 않습니다. 필요한 것은 더 강한 장비보다 두 사람이 동시에 앉을 수 있는 자리였습니다.

퇴근 후 둘이 다시 쓰고 싶었던 서재

가구를 검색하기 전에 이 방을 왜 바꾸려는지부터 정리했습니다. 원하는 것은 세 가지였습니다.

첫째, 퇴근 후 같은 방에서 각자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입니다. 일하다가 이야기를 나누고, 다시 각자 하던 일에 집중할 수 있어야 했습니다.

둘째, 각자 자기 자리를 갖는 것입니다. 기존 서재에는 두 사람의 물건과 취향이 뒤섞여 있었습니다. 앉을 곳은 있었지만 ‘내 자리’라는 느낌은 없었습니다.

셋째, 창고가 된 서재를 다시 쓰는 것입니다. 새 물건을 들이기 전에 장난감과 육아용품부터 치워야 했습니다.

이 세 가지를 배치와 가구를 고르는 기준으로 삼았습니다. 보기 좋은 제품이라도 이 조건에 맞지 않으면 후보에서 뺐습니다.

가구를 들이기 전에 먼저 내보낸 물건들

처음 한 일은 새 가구를 사는 게 아니라 물건을 정리하는 일이었습니다. 서재를 차지하던 아이 물건을 아이 방과 알파룸으로 나눠 보냈습니다. 버리기보다 각 물건을 실제로 쓰는 자리로 옮겼고, 따로 둘 곳이 없는 물건은 중고거래 플랫폼으로 정리했습니다.

책도 서재에 전부 모으지 않았습니다. 자주 읽는 책은 거실로, 아이와 함께 읽는 책은 아이 방으로, 잠들기 전에 읽는 책은 침실로 보냈습니다. 책장이 가득 찬 서재보다 집 안 곳곳에서 책이 보이는 풍경이 저희에게는 더 중요했습니다.

물건을 덜어 내고 나서야 방의 크기와 쓸 수 있는 벽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배치는 그때부터 고민했습니다.

정리를 마치고 와이드 모니터와 맥, 메쉬 의자만 남긴 서재 책상
:: 아이 물건과 책을 옮긴 뒤 기존 장비만 남긴 자리. 비우고 나서야 책상과 벽을 어떻게 쓸지 보이기 시작했다.

고개만 돌리면 대화할 수 있는 두 자리

방은 가로 330cm, 세로 370cm입니다. 문 건너편에는 남서향 통창이 있고 양옆으로 벽이 있습니다. 이 안에 두 자리를 만드는 방법으로 세 가지를 먼저 검토했습니다.

  • 긴 책상 하나를 함께 쓰기 — 모니터 두 대와 케이블이 한곳에 몰립니다. 각자의 자리도 분명하게 나뉘지 않아 제외했습니다.
  • 서로 마주 보기 — 대화하기에는 좋지만, 각자 벽을 보고 일하다가 필요할 때 돌아보는 쪽이 저희가 원한 모습에 더 가까웠습니다.
  • 크기가 다른 책상 두기 — 두 책상의 크기가 달라 통일감이 떨어지고, 필요할 때 자리를 바꿔 쓰기도 어렵습니다.

결국 좌우 벽에 책상을 하나씩 붙이고 서로 등을 맞대기로 했습니다. 각자 벽을 보며 일하다가 고개나 의자만 돌리면 바로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각자 집중하다가 이야기할 때만 돌아볼 수 있는 배치입니다.

서서 일하기보다 두 사람에게 맞추는 책상

등을 맞대고 책상을 두기로 하니 책상의 크기와 높이를 정해야 했습니다.

첫 번째 조건은 높이를 바꿀 수 있는 모션데스크였습니다. 체격이 다른 두 사람이 자리를 바꿔 쓸 수 있으려면, 책상 높이도 사람에 맞춰 바꿀 수 있어야 했습니다. 저희에게 모션데스크는 서서 일하기 위한 책상이라기보다 둘이 함께 쓰기 위한 책상이었습니다.

두 번째 조건은 1600mm 폭입니다. 기존에 쓰던 책상의 폭은 1800mm였습니다. 같은 크기로 두 개를 놓기에는 크다고 판단해 1600mm로 줄였습니다.

세 번째 조건은 같은 책상 두 개와 흰색 상판입니다. 자리는 나누되 방 전체는 한 공간처럼 보이게 하려는 선택입니다.

시크릿랩에서는 단정한 디자인이, 오프레임·메이우드·베스트피스에서는 고급스러운 인상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올즈는 깔끔했고 에렉투스는 안정적으로 보였습니다. 루나랩과 핏처, 데스커도 함께 살펴봤습니다. 그래도 높이 조절과 크기, 색을 먼저 정해 둔 덕분에 비교할 후보가 지나치게 늘어나지는 않았습니다.

높이 조절 다리가 그대로 드러난 흰색 모션데스크, 상판에는 아직 아무것도 올리지 않았다
:: 아직 아무것도 올리지 않은 흰 상판은 마치 빈 도화지와 같다. 어떻게 채워갈까?

에어컨 없는 서재에서 고른 메쉬 의자

의자는 여름을 먼저 생각했습니다. 이 서재에는 에어컨을 설치할 수 없습니다. 오래 앉으려면 통풍이 잘되는 메쉬 의자가 낫다고 판단했고, 패브릭과 가죽 의자는 후보에서 뺐습니다.

그다음 허먼밀러, 휴먼스케일, 에르고휴먼 같은 고가 의자부터 사이즈오브체어, 리버노브, 올즈까지 두루 살펴봤습니다. 가격대도 다르고 몸에 맞추는 방법도 달랐습니다. 어느 의자를 택했는지는 다음 편에서 다룹니다.

익숙한 와이드 모니터와 끈적해진 조명 스위치

모니터는 기존에 쓰던 제품을 기준으로 삼았습니다. 21:9 와이드 화면에 창 두 개를 나란히 띄우는 방식이 효율적이고 실용적이었기 때문에, 이번에도 와이드 모니터를 먼저 봤습니다. 여기에 맥과 케이블 하나로 연결할 수 있는 썬더볼트 지원을 조건으로 더했습니다.

40인치급 화면을 올릴 모니터암은 무게를 버틸 수 있어야 했고, 흰색 책상과 어울리는 색도 함께 봤습니다. 높이와 거리를 사람마다 바꿀 수 있다는 점도 중요했습니다. 고정형 받침대보다 모니터암이 두 사람에게 맞추기 쉬운 이유입니다.

모니터 조명은 처음부터 바꿀 생각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쓰던 모니터 조명의 스위치 고무가 끈적하게 변했습니다. 불은 잘 들어왔지만 스위치를 만질 때마다 불쾌했습니다. 새 조명은 밝기뿐 아니라 손이 자주 닿는 부분의 재질도 살펴보기로 했습니다.

제품보다 먼저 정한 두 사람의 자리

2인 홈 오피스를 구상하며 먼저 정한 것은 어떤 제품을 살지가 아니었습니다. 같은 방에서 각자 집중하다가 필요할 때 바로 이야기할 수 있어야 했고, 자리를 바꿔 앉아도 책상 높이를 맞출 수 있어야 했습니다. 그래서 등을 맞대기로 했고, 같은 크기의 모션데스크 두 개와 메쉬 의자를 후보로 골랐습니다.

아직 정하지 못한 것도 있습니다. 책상이 오르내릴 때 걸리지 않도록 전선을 정리하는 법, 둘이 동시에 화상회의를 할 때 소음을 줄이는 법, 서재가 다시 창고가 되지 않게 수납하는 법입니다. 이 문제들은 가구를 고른 뒤에 하나씩 해결할 생각입니다.

다음 편에서는 어떤 제품을 골랐고, 가격과 기능을 두고 어떻게 합의했는지 기록하려 합니다. 또 완성된 방을 둘이 직접 써 본 결과를 다룹니다. 방 하나를 둘이 나눠 쓸 계획이라면 장바구니를 열기 전에 서로에게 먼저 물어보면 좋겠습니다.

| 우리는 이 방에서 어떻게 지내고 싶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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